국내에 한 우유업체가 회사가 적자가 났다는 이유로
지난 7월 부터 9월 까지 직원들 월급의 일부를 자기 회사에서 판매중인
우유나 유제품으로 지급했다는 내용이 최근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궁금한 것은
회사가 적자가 날 정도로 힘든 상황이면 우유 가격을 좀 내려서 대응을 할법도 한데
우유 가격은 왜 안내리거나 못내리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 월급을 우유로 줬다는 게 과연 정말 사실인가 궁금하다.
정말 근로자들이 월급날에 우유를 받은 것인가?
약간의 오해가 있다.
우유 업체가 작년부터 계속 힘들었다. 그래서 우유 업체들이 길거리 판촉 홍보행사를 많이 했다. 그런데 효과가 없으니까 그러면 상징적인 의미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만 먹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사서 먹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캠페인을 6월에 했다. 6월에 유제품들을 사기로 했고 7, 8, 9월 석달 나눠서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면 피자치즈 같은 것을 6월에 10kg를 샀고 그것이 대략 10만원이라고 한다면 7월에 3kg, 8월에 3kg, 9월에 4kg 이렇게 나눠서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사기로 했으니 돈을 주려고 하니까 어차피 매달 월급 나오는 거 편하게 거기서 공제를 하기로 했다.
궁금한 것은 그런 방식이었더라도 얼마치를 사기로 한것인지, 월급이 200만원인데 2만원 어치를 유제품을 샀다면 유제품으로 월급 줬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50만원 어치를 샀다면 그건 팔아서 써야할테니... 대략 어느정도 팔았다고 하는가?
적게는 1만원에서 대부분 5만원에서 20만원 어치를 구매했다. 가장 많게는 제일 높은 직급의 두 분, 협동조합장 1명, 상임이사 1명은 250만원을 결제했고 석달에 나눠서 250만원이니까 한달에 대략 80만원 정도이다. 월급으로 준 것 까지는 아니다.
한 언론에서 보도할 때 사실은 이 부분이 중심 주제가 아니라 우유 업체가 요즘 많이 힘들다라는 걸 전하면서 한 꼭지로 얼마나 힘들었으면 우유 제품으로 줬겠느냐 살짝 들어가 있었는데 그게 확대 증폭되면서 이렇게 알려졌다.
우유 업계가 어렵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얼마나 어렵나?
우유는 유통기한이 짧아서 우유를 분유로 만들어서 보관하는데 그게 23000톤 정도가 된다고 한다. 작년 말과 비교해보면 올해들어 약 3천톤 가량 늘었다. 이게 45년만에 최고치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젖소들이 원유를 더 많이 생산하는데 요즘 최근들어 겨울에 날씨가 많이 따뜻해서 그런 환경적인 요인도 있고 우유 생산량은 느는데 우유 소비는 잘 안되기 때문에 분유 재고량이 더 많아졌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 같은 경우는 상반기에만 200억 적자가 났다고 한다.
우유 생산량이 많아져도 우유 가격은 안내려간다고 하던데, 구조적인 이유가 있나?
그렇다. 요즘 우유 가격이 L 당 940원으로 작년과 같게 동결이 되었다. (이 가격은 낙농가가 우유를 납품하는 가격) 2011년 까지는 낙농진흥회라고 농림부 산하기관에 낙농진흥회, 우유업체 대표, 낙농가 대표들이 모여서 '올해는 우유 원가를 얼마라고 정합시다' 라고 매년 협의를 해서 정했다. 그런데 협의라는 것이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고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 싶은 것이라 협의가 잘 안된다. 그래서 결국 정부가 정해주고 이런 구조이다. 그렇다보니 낙농업계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만이었다. 그래서 2011년에 낙농민들이 소를 이끌고 올라와서 여의도바닥에 우유 버리고... 그 전에도 몇번 이런 일이 있었다. 정부에서는 방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2011년에 도입한 것이 '원유가격 연동제'라는 것이고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무엇으로 연동을 시키는가?
두 가지 지표에 연동시킨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전년도 원유 생산비 증감분,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섞어서 공식이 있다. 공식에 두 가지 변수를 집어넣으면 답이 나온다. 그렇게해서 매년 6월 말에 결정된다. 왜 6월 말이냐면 두 가지 지표가 6월 초에 나온다. 그걸 가지고 정하기 때문에 6월 말에 정해지고, 6월 말에 올해 원유 가격이 정해지면 8월 1일부터 내년 7월 말까지 1년간 원유 가격이 고정된다. L당 940원은 올해 6월에 결정된 가격이고 내년 7월 말까지 같은 가격인 것이다.
원유 가격이 고정되니까 소비가 줄거나 늘어난다고 해서 우유 업체는 가격 조절을 절대 할 수 없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논리가 여기에서는 작동이 안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또 생각해보면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변수인 물가라는 것은 매년 오른다. 적어도 떨어지지는 않으니까 원유가격은 사실상 매년 오르도록 구조가 되어있다.
우유 업체는 낙동가에서 우유를 가져가는 양은 정해져 있는건가?
처음에 계약할 때, 예를 들면 2년간 10만톤을 가져간다고 계약을 맺으면 의무할당량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어서 무조건 10만톤은 가져가야 한다. 정부 방침이다. 그것보다 우유 소비가 줄어들면 우유 업체들이 알아서 떠안아야 하는 부분이다.
그럼 우유가 많이 생산된다고 해서 낙농가가 손해를 보는 일은 없겠다.
지금 구조에서는 사실상 낙농가가 손해보는 것은 크게 없다.
우유 업체들은 남는 우유를 어떻게 하나?
유통기한이 짧으니까 빨리 빨리 소비해야하고 소비가 안되면 쌓아둘 수 없으니 탈지분유로 만든다. 탈지분유는 유통기한이 1년 반에서 2년 가까이 늘어난다. 탈지분유로 만들어서 보관한다.
이걸 해외에 팔게 되면 가격경쟁력에서 심하게 밀린다고 한다. 우리나라 것이 해외로 나가면 뉴질랜드나 호주 등 낙농 선진국들이 내놓은 제품에 1/5 정도이다. 우리가 1만원이라면 낙농선진국들은 2천원 수준.
외국의 낙농선진국들은 어떻게 그렇게 싸게 내놓을 수 있나?
국가별 리터당 원유 가격을 보면, 뉴질랜드 316원, 호주 500원, 미국 480원 정도로 우리나라의 1/2, 1/3 수준이다. 다른 나라는 낙농가로부터 저 가격에 받으니 원가 자체가 낮다. 외국은 넓은 땅에 방목해 놓고 자연적으로 자라는 풀 뜯어먹여서 키운다. 우리나라는 소를 방목할만한 넓은 들판이 없어서 집단 사육 시스템으로 하다보니 풀을 못먹이고 대신에 수입산 사료를 먹어야 한다. 사료 가격이 비싸고 집단사육 시스템으로 크는 젖소는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기간이 방목한 소에 비해서 1/2 정도 더 짧다. 방목하는 소들이 대략 6~7년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집단 사육 소들은 대략 3년 정도이다. 빨리 폐기가 되는 것이다. 거기에 원유가격 연동제 때문에 원유가격을 조정하지 못하다보니까 우리나라의 분유는 비싸다.
낙농가들에게 반값에 주십시오 할수도 없고 어떻게 풀어야 될까?
정부와 농가가 협의를 해서 젖소 한 3800마리 정도를 자율 도태 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사실 단기적인 처방에 그칠것 같다. 전문가들과 통화를 해봤는데 농가와 정부와 우유업체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 합의점이 무엇인지 답은 안나오는 상태.
우유 업체가 2년에 10만톤을 가져간다고 계약을 한 다음에 의무로 할당할 것이 아니라 우유 업체들이 농가에서 가져가는 양을 시장 수요에 따라 줄이거나 탄력적으로 조절하면 우유업체도 가격을 낮출 여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가 연동제같은 경우도 6월달에 통계청에서 한 번 만낼게 아니라 분기별로 내주면 분기별로 가격조정이 가능하지 않겠나 싶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우리나라 우유 원가 자체가 비싼지 이유를 들어보니 그렇게 미세 조정을 풀릴 문제는 아닌 것도 같다. 쉽게 답이 나오기는 어렵겠다.
단순히 우유 가격이 높다는 문제만이 아니라 낙농업계 산업 전반의 총체적인 문제로 보고 해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2015년 10월 24일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with 박세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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