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올려야한다. 아니다 올리면 큰일난다."
그 어느때보다 논란도 많고 관심도 많이 끌었던 미국의 9월 FOMC*의 선택은 금리 동결이었다. 금리인상 충격을 걱정했던 쪽에서는 일단 한숨돌린 것도 같은데, 글로벌 금융시장은 동결을 결정한 이후 부터 주가도 내려가고 더 불안한 모습이다.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금리를 동결하긴 했는데 안 올린건가, 못 올렸다고 봐야 되는가?
외견상으로는 안 올렸다기 보다는 못 올린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어떤 압력이나 부담이 있었나?
일단 금리 동결 결정을 발표한 성명서 내용이 그렇다.
'최근에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 움직임이 경제활동을 다소 위축시킬 수 있다. 그리고 단기적으로 물가에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가할 듯 하다.' 이런 문구를 성명서에 새로 삽입하였다. 새로운 문제거리가 생겨서 적어도 이번에는 못올리게 되었다는 식이다. '미국 경제는 좋은데 해외 환경이 불안정해서 이번 한 번 만은 참아준다.' 이런 식과는 거리가 있다.
많은 분들은 그렇게 이해하기도 하더라. 미국 경제 자체는 괜찮은데 이머징 마켓들이 너무 불안해하니 이번 한번만 참아주는데 올해 안에는 올릴거라는 메세지도 들은 것 같은데 성명서 문구만 봐서는 그렇지는 않다는 뜻?
그렇다.
옐런 의장은 10월 달에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한 걸로 전해진다. 혹시 그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는가?
아주 낮다고 본다. 못 올린 게 아니라 안 올린거라면 10월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볼 수 있겠다. 그렇지만 9월에 못 올릴 형편이라면 당장 10월에도 그새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연준의 성명서나 기자회견에서도 10월 가능성을 전혀 구체적으로 시사하지는 않았다. 저는 여전히 12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금리가 안 올랐으면 많은 금융시장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은데, 금리를 동결한 이후에 주가도 많이 내리고 여기저기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그 이유는 어떻게 해석해야 되겠는가?
역시 안올린 게 아니라 못 올린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금리를 못올릴 정도로 경제 환경이 나빠진 것이 아니냐, 우리가 모르는 큰 위험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하는 불안감이 새롭게 고개를 들었다. 이번 결정 이전에 국제 금융 시장은 크게 두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하나는 이른바 긴축적인 동결, 또 하나는 완화적인 인상이다. 둘다 역설적인 표현들이다.
긴축적인 동결이라는 것은 동결은 표면적으로는 완화적인 결정이다. 하지만 이번에 동결을 하는 대신에 바로 다음달인 10월에는 인상할 듯한 강한 신호를 내비치면서 내용상으로는 긴축적일 것으로 봤다. 이런 내용상의 긴축적인 결정은 긍정적인 요소도 내포를 한다.
완화적인 인상은 정반대 구조이다. 이번에 금리를 올리기는 하되 그 뒤에는 한참동안 쉬어가는 완화적인 내용을 담는 것이다. 금리 인상 그 자체는 경기가 좋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그 뒤에 완화적으로 가겠다는 것은 경제에 대한 부양지원 의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번 결정은 예상하지 못했던 제3의 선택이었다. 중앙은행의 긴축적 결정이라는 것이 금융시장에 마냥 나쁜것은 아니다. 경제가 그만큼 좋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부양 결정이라는 것이 금융시장에 마냥 좋게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만큼 경제가 나쁘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에 시장은 완화적 정책결정 배경에 존재하는 그런 부정적인 측면에 특히 주목하면서 새삼스럽게 불안해하는 것이다.
> 금리를 동결하면서 '다음달에나 12월에는 꼭 올려야 합니다. 이번만 한 번 봐드린 거에요.' 차라리 이렇게 나왔으면 경제가 좋긴 좋은가보다 생각할텐데, 금리를 동결하면서 '경기가 참 안좋습니다.' 한숨만 쉬고 나갔다는 뜻이군요.
그렇다면 차라리 이번에 예상했던 대로 금리를 올리는 것이 그래도 경기가 여전히 좋다는 메세지를 던질수는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장담은 하지 못한다. 금리 인상이라는 것은 심리적으로는 경제 자신감을 보여주지만, 물리적으로는 명백한 긴축이다. 만약에 올렸다면 긴축 그 자체로 인해서 금융시장이 불안해졌을 수도 있다. 이번 결정을 놓고 인상이냐, 동결이냐 놓고 주장이 팽팽하게 갈렸다.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할게 없는 입장이었다. 본질적으로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결정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구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연준은 선택을 한것이다. 물리적인 긴축을 무릅쓰고 자신감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심리적 불안감을 감수하면서 물리적인 긴축을 뒤로 미룰 것인가. 이런 선택 중에 하나였다. 결국 후자를 고른 것이다. 물리적 긴축에 수반될 수 있는 위험이 심리적인 불안에 따른 비용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번에 굉장히 자신없어하는 연준의 모습을 보고 올해 안에 금리 못올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더라. 여전히 12월에 금리 올릴 것으로 보는가? 그 이유는?
달력때문이다. 연준은 그동안 계속해서 2015년에는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말을 해왔다. 옐런 의장의 경우는 지난 7월 의회 보고 때도 그렇게 말했다. FMC 위원들은 이번 회의에서도 연내 금리인상을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내에 만약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신뢰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금리인상을 미룬다면 석달앞도 내다보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런 문제를 무릅쓰고 금리인상을 미룬다면 경제가 정말 나쁘다는 불안감을 높일 수도 있다. 게다가 중국발 불확실성은 이번 동결 결정 이전부터 이미 크게 완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번 동결 결정이 제공하는 물리적인 완화 효과도 차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불확실 요인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차츰 금융 시장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12월 되면 올릴만한 환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12월 인상 확률이 종전에 비해서는 낮아진건 분명한 사실이다. 긴축 공포를 보다 확실하게 낮춰줘야 겠다고 판단한다면 연준은 기존의 약속이 자신들에게 부여하는 속박을 끊고 내년 이후로 결정을 미룰 수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연준이 겉으로 말하는 것이나 시장이 생각하는 것에 비해서 훨씬 완화적이고 부양적이라는 것이다.
올해 안올릴 가능성도 조금은 있다고 보시는가?
그렇다. 종전보다는 연내 동결로 계속 갈 확률이 높아졌다.
오래 기다렸다가 내년 가을에 올리면 큰일이 나는가? 무슨 부작용이 있길래, 갈등하는 상황에서 굳이 올리려고 하는가? 금이 안올려서 큰 문제가 생긴 것들이 있나?
아무래도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과거에 마련된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이론에 여전히 묶여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연준이 생각하는 완전고용실업률은 5.0% 정도이다. 지금 이미 미국의 실업률이 그 수준까지 떨어졌다. 만약에 경기 부양을 계속해서 실업률이 더 떨어지면 인플레이션. 특히 임금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발생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 현재 당장은 물가가 너무 낮아서 부양을 해야겠다. 낮은 물가가 걱정이지만, 어느 날 아침에 순식간에 인플레이션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가 오르기 시작하면 그 때 불끄러 가면 늦는다는 뜻?
그렇다. 그때가서 불을 끄기 위해서 금리를 아주 빠르게 공격적으로 올리게 되면, 결국 경기가 갑작스럽게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그러느니 미리부터 조금씩 다져나가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 금리는 어떻게 된다고 보는가?
역시 환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만약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굉장히 완만하게 완화적으로 인상해나간다면 달러가 그렇게 강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약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원화가치는 올라가고 달러원 환율이 떨어질 수 있겠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오히려 금리를 낮춰야하는 그런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 달러가 약세가 되면 우리는 금리를 오히려 낮춰야 할수도 있다. 달러가 약세가 된다는 것은 원달러 환율이 지금 1200원 가까이에서 1100원 1000원 ... 이렇게 떨어진다는 이야기.
> 그렇다면 내수도 안좋은데 수출 경기까지 나빠지기 때문에 지난 2000년대 중반에도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우리는 낮춘적이 있다.
2015년 9월 21일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with 국제경제전문매체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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