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는 휴대폰을 이동통신사가 판매할까?

 

 

외국에 나가보니 휴대폰만 따로 팔고 통신사에서는 유심칩만 구입해서 꽂아쓰는 경우가 있던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휴대폰을 꼭 통신회사에서 판매하나요?

 

 

우리나라에서도 휴대폰만 그렇다.

 

컴퓨터는 각자 알아서 사고 그 컴퓨터를 인터넷 연결하려면 인터넷 회사에 전화해서 따로 신청한다. TV도 마찬가지로 TV는 알아서 사고 케이블이나 IPTV를 따로 신청해서 보는 구조이다. 그런데 유독 휴대폰 살 때는 빈손으로 가서 휴대폰도 사고 그 자리에서 서비스도 가입하는 그런 구조이다. 외국에서 보기에는 우리나라 휴대폰 가입 문화도 꽤 독특한 모습일 수 있겠다.

 

 

왜 휴대폰은 이런 구조로 팔게되었나?

 

이렇게 판매하는 것이─즉, 휴대폰과 이동통신 서비스를 한 곳에서 판매하는 것─이동통신회사들 입장에서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구도를 깨뜨릴만한 힘이 다른 곳에는 그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파는 것이 왜 이동통신회사들 입장에서 유리한가?

 

손님 얼굴을 봐서 싸게도 팔고 비싸게도 팔고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새 휴대폰을 사고 싶어하는 손님에게는 새 휴대폰에 보조금을 얹어서 싸게 주고 그 대신 매월 비싼 요금을 받으면 된다. 새 휴대폰 안 사고 그냥 예전 휴대폰 쓰겠다는 손님에게는 그냥 모른척하고 비싼 요금을 매월 받으면 된다. 새 휴대폰에 보조금을 많이 줬다가 적게 줬다가 하면서 손님들을 유혹할 수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회사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전략의 장점은 내가 끌어오고 싶은 손님에게만 집중해서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조금을 많이 줘야 가입하는 손님을 위해서는 어느날 보조금을 많이도 줬다가, 보조금을 5만원만 줘도 가입하는 손님들은 5만원만 주고 가입시키고 또 이미 가입한 손님에게는 보조금을 하나도 안주는 등 이렇게 고객을 차별화할 수 있다. (이건 마치 영화관에서 영화 싸게 보고 싶다는 손님에게는 조조할인표를 싸게 팔고 아무소리 안하는 손님에게는 티켓을 비싸게 파는 것과 마찬가지다.)

 

근데 만약 손님들이 휴대폰은 어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사오고 통신회사에는 이 휴대폰 가입하러왔다고 하면 통신회사는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우리 통신회사로 꼭 오세요”라고 하려면 “요금이 싸요” 이렇게 가격 경쟁력을 내세울 수 밖에 없는데 요금을 싸게 해주는 건 그 통신회사에 가입한 모든 고객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해야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너무나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통신회사 입장에서 보면 저 대리점 앞에서 어슬렁 거리며 눈치보는 저 고객에게 한 30만원만 꽂아주면 내 고객이 될 텐데, 만약 그런 방법이 없으면 저 고객 붙잡기 위해서 우리 회사 요금이 한달에 18,000원 밖에 안되서 다른 회사보다 천원이 쌉니다. 이렇게 유혹할 수 밖에 없는데 한달 요금을 천원 싸게 해주려면 기존 가입자 천만명도 다 천원씩 할인해줘야 하니까, 저 손님 하나 잡으려고 무려 백억원의 비용을 쏟아부어야 되는 것이다. 그렇게 돈을 안써도 얌전히 우리 고객이 될 손님에게도 무차별로 일률적으로 마케팅비를 쓰게 되는 꼴이라 이통사 입장에서는 좀 비효율적이다.

 

이런 구조가 유지 되는 것이 이통사 입장에서는 좋은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안좋을 수도 있는 구조이다.

그런데 이런 구조를 깰만한 다른 세력, 그러니까 이통사에 밉보여도 괜찮은 다른 회사들이 아직 안 나타나서 이런 제도가 계속 유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자급제라는 제도를 도입하기는 했는데, 아직도 삼성이나 엘지 팬택이런 회사들이 이통사 눈치 보느라고 자급제용 폰은 매우 한정된 모델로만 내놓고 있다.

 

 

2015년 8월 25일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Posted by 사실은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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